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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민우혁, "'닥터 차정숙'은 환상적인 호흡으로 이뤄낸 쾌거"
  • 강연경 기자
  • 등록 2023-06-23 16:39:15
  • 수정 2023-12-01 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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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연경의 예픽소드>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로이 킴, 배우 민우혁 인터뷰
  • 강연경 맥앤지나 기자가 픽한 핫이슈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로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한 로이 킴, 배우 민우혁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의 연기는 계속해서 기대 기준을 높여가며 그 이상의 황홀함을 선사한다. 다음은 배우 민우혁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배우 민우혁의 맥앤지나 매거진 화보 (사진=맥앤지나) - 최근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로이 킴’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이런 흥행 예상하셨나요? 

▶ 아니요. 전혀 예상 못 했어요. 주로 자극적인 소재들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작품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흥행하잖아요. '닥터 차정숙'의 소재는 자극적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따뜻한 드라마예요. 처음에는 자칫 드라마 전개가 밋밋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방영 시점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너무 자극적이기보다는 따뜻하면서 전개도 빠르게 진행되니까 분위기를 한번 전환해 준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 걱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닥터 차정숙'의 로이를 선택한 이유는요? 

▶ 제가 맡았던 로이는 굉장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에요. 로이는 고아로 자라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는데 차정숙을 바라보며 안쓰러워하며 그녀의 곁을 지켜주잖아요.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게 사랑인지 연민인지는 모르겠지만 애매한 감정으로 정숙이 로이를 의지하게끔 행동하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그런 따뜻한 캐릭터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 특히 다정다감한 로이의 모습은 여심을 사로잡았는데 본인의 실제 성격과 비슷한가요? 

▶ 음... 실제 성격이 로이처럼 다정한 편이죠. 로이는 친부모한테 버림받고 좋은 양부모를 만나 세계 최고의 의사가 된 케이스잖아요. 저는 로이가 단순히 다정다감했다기보다는 어려서 겪었던 가정환경으로 인해 본인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방패막이로 다정한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 점은 달라요. 제가 어렸을 때는 로이처럼 부유하지 않아도 부모님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어요. 그래서 저는 제 상처를 들춰내기 싫어서 다정한 성격이기보단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그 사랑을 베푸는 다정함이 배어 있다고 생각해요. 

 

- 같이 등장인물로 출연한 배우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과의 합은 어땠나요? 촬영 비하인드도 궁금해요.

▶ 같이 출연한 배우분들은 워낙 스크린에서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시잖아요. 저는 항상 촬영 가기 전에 ‘오늘도 촬영하며 배우고 와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장에 갔어요. 그리고 촬영에 앞서 대사나 동작, 동선을 정해진 그대로 익히고 촬영을 시작했죠. 하지만 워낙 베테랑 배우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제가 준비해 간 것을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대사나 동작, 동선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제 모습을 많이 발견했어요. 그럴 때마다 ‘아, 바로 이게 좋은 배우들이랑 합을 맞춘다는 거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저도 어떤 작품을 하던 저랑 연기하시는 분들에게도 이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느꼈어요. 

 

- 유독 합이 잘 맞았었던 배우는요? 

▶ 다른 배우분들도 훌륭하시지만, 병철 선배가 현장에서 순간적인 캐치가 빠른 편이더라고요. 카메라 구도를 빠르게 파악해 연기 동선을 센스 있게 짜주셨어요. 그걸 제 눈으로 직접 보니 같이 연기할 때 더욱 긴장하고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들이 연기할 때 같은 호흡으로 티키타카 하는 게 중요한데 현장에서 배우들 간의 호흡들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 작품 한 편을 마치고 나면 배우에게 남는 것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이번 드라마는 어떤 것을 남겼나요?

▶ 환상적인 호흡이요. 배우들과의 호흡은 물론, 카메라 감독님, 연출팀과의 호흡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저 혼자 대본을 숙지해서 혼자 생각한 대로 하는 것이 아닌, 팀 모두와 함께 한 작품을 만들어갈 때 더 좋은 결과와 연기가 나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한 배우가 연기만 잘해서 안 된다는 것도 배웠어요. 다 같이 만들어가는 작품인 만큼 현장에서 상대 배우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배우의 몫인 것을 선배들한테 많이 배웠죠.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배운 게 많았던 작품이라 끝나고 많이 아쉬웠어요.

 

- 어렸을 때 야구선수를 꿈꿨던 유망주였죠. 야구선수에서 가수로,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직업이 여러 번 바뀌며 여러 감정이 스쳤을 것 같아요.

▶ 그렇죠. 사실 살면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겠어요. 어렸을 때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며 좌절을 맛보고 가수로 전향해 10년 정도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절대 쉽지만은 않았죠. 정말 힘들었어요. 두 번 다시 노래도 안 하고 운동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포기하진 않았어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뮤지컬 배우까지 하게 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전부 다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들이었다고 생각돼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경험한 일들과 만났던 사람들로 인해 성장하게 됐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힘들었던 시간을 기억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제가 지금 연기할 때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생각해요. 

 

- 지난 21일까지 뮤지컬 '영웅'에서도 활약했어요.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으며 ‘긍정적으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게 됐다’고 밝혔는데 <영웅>은 본인에게 어떤 작품이었나요? 

▶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대사 한 마디, 가사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해서 진정성 있게 읊으려고 노력했어요. 매번 조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죠. 공연을 제 생각대로 잘 해내지 못한 날은 밤을 새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고 반대로 공연이 성공적으로 잘 마쳤을 때는 감사함이 몇 배로 컸어요. 이런 작품을 만났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해보고 싶은 뮤지컬 장르나 역이 있다면요?

▶ 무조건 누아르요. 누아르는 남자 배우들의 로망이죠. 누아르 장르에서 남자들의 의리와 진한 우정을 보여줄 수 있는 브로맨스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닥터 차정숙>에서는 못 보여드렸지만, 가끔 제가 혼자 거울을 볼 때 서늘한 눈빛을 발견하곤 해요. 그 모습을 빠르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웃음)

 

- 차기작에선 어떤 모습의 배우 민우혁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 올 연말에 개봉될 뮤지컬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준비과정이라 많은 것은 말씀 못드리지만 그동안 제가 꿈에 그리던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 <닥터 차정숙>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제가 올해 데뷔한 지 정확히 20주년인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무명시간도 길었고 배우가 되기까지 힘들게 올라온 만큼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랑이 너무 소중해요. 저에게 많은 사랑을 주신 만큼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해드리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맥앤지나=강연경 기자 magajina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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