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경 맥앤지나 기자가 픽한 연예·방송계 핫이슈의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청소년 시절 가혹한 학교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의 치밀한 복수극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끝내 철저한 복수로 막을 내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지난해 12월30일 '더 글로리' 파트1이 공개되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인과응보, 권성징악을 다른 수많은 복수극의 영화와 드라마는 자주 봤던 소재였지만 이렇게 노골적이고 현실적으로 풀어낸 작품은 처음 마주했다. 모든 캐릭터와 사건들의 관계성과 연결고리를 촘촘하게 연결해 가해자들이 서로를 옭아매어 서서히 추락하는 모습을 그렸다.
스토리 구성에 주연들의 압도적인 연기도 '더 글로리' 흥행에 한몫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지 치열한 복수를 꿈꿔온 문동은(송해교)은 그간 로맨스물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낯설고 서늘한 얼굴로 쓸쓸하고 외로운 캐릭터를 표현했다. 악역을 맡은 박연진(임지연)은 학폭 주동자답게 피도 눈물도 없는, 오롯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고 있으며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연진의 친구 이사라(김히어라)는 ‘더 글로리 최고의 아웃핏’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마약에 중독된 연기를 소름끼치게 해냈다. 김히어라 배우의 재발견이였다. 또한, 최혜정(차주영)은 사치스러운 인물로 표현되며 글래머러스한 몸매도 화제가 되었고, 전재준(박성훈)은 고약하고 이기적인 캐릭터로 욕 대사를 전재준스럽게 소화해냈다. 이들이 얄팍한 우정으로 엮여있던 점을 동은이 역이용해서 본인 손엔 피 한방울 안뭍히고 성공적인 복수를 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된 지난 3월 10일, 약 100일간의 텀이 무섭게 동 시간대 접속자들이 몰려 넷플릭스는 일시적인 오류로 서버가 다운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파트1에서 동은의 과거와 시간이 지나도 자신들의 잘못을 모르는 가해자들의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파트2에서는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된다.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키듯, 동은은 더 냉철하게 복수의길을 걸었고 끝내 모든 가해자는 연진이 믿지 않았던 ‘권선징악, 인과응보’를 당하며 자비 없는 가혹한 형벌이 내려졌다. 이 편에서 생각지도 못한 빌런이 등장한다. 한 치의 흔들림 없던 동은은 자신의 첫 가해자였던 엄마 정미희(박지아)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이였다. “어떻게 날 또 이렇게 버려. 그것만큼은 하지 말았어야지”라는 극 중 동은의 말은 때로 가족이 타인보다 더 잔인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파트1부터 호불호가 갈렸던 주여정(이도현)과 동은의 로맨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복수 도중 불쑥 나타나는 여정과 동은의 로맨스는 몰입감을 깬다는 평이 있었지만 이 역시 동은의 복수 한 부분이 아닐까? 동은이 가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것도 동은의 복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된 '정다금 사망 사건'의 (故)정다금 양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자극적인 소재와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으며 더불어 실제 학교 폭력 사건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른바 ‘정다금 사망 사건’이 다시 화두가 되어 피해자는 자살했지만 가해자들은 성형과 개명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채 살아가고 있는 사건을 두고 대중들은 ‘현실판 권선징악은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트롯맨의 황영웅, 피크타임의 김현재, 잔나비 유영현, (여자)아이들 수진, 배우 지수 등 학폭에 가담한 연예인들도 뭇매를 맞고 있다.
'더 글로리'의 안길호 PD의 학교 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파트1에 이어 2도 기분 좋게 흥행을 달리던 그때, '더 글로리'의 안길호 PD의 학교 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19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했던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놀린 친구들을 때렸다는 것이다. 이에 안PD는 자신의 과거 일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더 글로리'가 이어가던 영광에 옥의 티를 남겼다.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는 날 넷플릭스 ‘톱TV쇼’ 부문에서 전 세계 2위를 기록했고, 당일 넷플릭스 앱 일간 사용자 수가 532만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일 사용자 수를 찍었다고 밝혔다.
누군가에게 무료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고통받는 하루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 드라마 '더 글로리'. 왜 ‘현실판 더 글로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신중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도 추운 겨울에 갇혀 있는 학교 폭력의 피해를 받았던 모든 이들이 하루 빨리 봄에 활짝 피어나기를.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누가 됐든 뭐가 됐든 날 좀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열여덟 번의 봄이 지나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에게도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는 걸. 친구도 날씨도 신의 개입도요. 그리고 봄에 죽자던 말은 봄에 피자는 말이었다는 걸요.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크진 못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어느 봄에는 활짝 피어날게요.”
-넷플릭스 <더 글로리> 중 동은의 대사
[맥앤지나=강연경 기자 magajina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