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갓생’사는 MZ세대가 소비하는 에코라이프
  • 강연경 기자
  • 등록 2023-05-19 15:55:26
  • 수정 2024-01-29 14:02:48
기사수정
  • <강연경의 예픽소드> 트렌드의 중심인 MZ세대 성향이 변화시킨 소비 패턴

강연경 맥앤지나 기자가 픽한 연예·방송계 핫이슈의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트렌드 중심에서 문화 전반을 주도하고 있는 MZ세대의 성향은 소비 패턴도 변화시켰다.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이 발표한 2022년 한 해를 주도한 키워드로 ‘갓생’이 꼽혔다. 신(God)과 인생을 결합한 단어로 ‘자기 투자’ 현상을 의미한다.

 

갓생은 대단한 성취보다는 작은 목표를 실천하고 매일의 루틴을 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종의 ‘삶의 태도’다. 코로나19, 경기 침체 등 인간들이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통제할 수 없는 사회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다 보니 ‘갓생’이 탄생됐다. ‘갓생’을 통해 일상을 규칙적으로 조율하며 삶에 통제력을 가지니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MZ세대의 갓생 문화는 소비 행태에 영향을 끼쳤다. 소비를 통한 즉각적인 만족 추구 대신 일상에서 소비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체감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소비로 얻은 가치가 내 삶을 더 나은 상태로 유지시켜줄 수 있는지가 소비의 기준이 된 것이 최근 달라진 MZ 세대의 소비 트렌드다. 

 

신념‧가치에 투자하는 ‘미닝아웃’ 트렌드 확산

 

갓생 문화가 소비 행태에 영향에 끼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MZ세대들이 환경 이슈에 민감해진 것이다. 환경 문제를 곧 ‘생존의 문제’로 인식한 MZ세대들에게 소비는 단순히 제품 구매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aening+coming out)’의 수단이 됐다. 제로 웨이스트, 채식, 리사이클링 등이 소비의 목적이자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기호로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정보와 제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MZ세대는 제품과 브랜드를 비교하는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단순히 금액이나 제품력을 비교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품 혹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을 따지며 소비하는 성향을 드러낸다. 

 

지난달 25일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제품 선택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중 약 82%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 역시 93%로 높은 비율로 차지했다. 가격 대비 소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과 효용이 비싼 가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꺼이 투자 개념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가성비나 가심비가 저렴한 가격 또는 심리적 만족감이라는 단순한 기준에 그친다면 가치 소비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자기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MZ세대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이라면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활발히 소통한다. 구매 후 SNS에 인증샷을 개제하거나 인스타그램·유튜브를 통해 비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셀러브리티가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에 민감하다. 

 

평소 환경 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며 ‘사회에 의미 있는 광고만 촬영하겠다’고 선언한 이효리가 지난달 22일 3년 만에 개인 SNS를 활성화하여 친환경 브랜드 ‘시타’의 핸드크림 화보 사진을 공개했다. 

 

시타의 핸드크림은 환경 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을 세계 최초로 100% 생분해시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브랜드이다. 시타는 더 많은 브랜드가 환경 문제 해결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시장 전반의 인식이 바뀐다는 브랜드 철학으로 인해 본인들의 플라스틱 분해 기술을 공개했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브랜드 행보와 이효리의 파워가 결합돼 1년 치 재고 물량이 완판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효리가 개인 SNS에 화보 게재 3일 후 시타는 업사이클링 향료로 구성된 핸드크림 4종을 출시했는데, 공지문을 통해 초도 물량이 전부 소진됐음을 알렸다. 시타 측 관계자는 “지난 22일, 이효리가 자신의 개인 SNS에 시타의 신제품인 핸드크림과 함께한 보그 코리아 화보를 게시한 것이 이번 초도 물량 조기 소진의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스·테니스·골프에 아낌없이 돈 쓰는 ‘헬시 플레저’형 소비자 

 

최근 몇 년 사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코로나19로 인해 MZ세대는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상승했다. 생각지도 못한 전 세계의 전염병 감염으로 인해 개인 건강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대학내일 ‘2022년 MZ세대의 여가 생활과 자기 개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신체 건강 관리(72.2%)와 정신건강 관리(59.3%)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의미의 ‘헬시 플레저’(healthy+pleasure)가 탄생하며 ‘헬시 플레저’형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2022년의 MZ세대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를 헬시 플레저로 꼽았다. 소비자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무작정 고통을 감수하거나 절제만 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맛있고, 즐겁고, 편리한 건강관리가 확산하고 있다.

 

헬시 플레저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가장 두드러진 곳은 요식업계다. 특히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헬시 플레저 관련 상품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당분이 빠진 제로 음료, 건강을 챙기는 단백질 음료, 그릭요거트 등이 효자 상품으로 꼽혔다. 

 

GS25의 올해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의 제로 탄산음료 매출은 전년 대비 155.9% 폭등했다. 또한 밀키스 제로와 펩시 제로, 칠성 사이다 제로를 출시한 롯데칠성은 2023년 음료 부문 매출 3~4% 성장을 목표로 했던 것을 5~7% 매출 증가 목표로 올렸다. 

 

18일 신한카드가 MZ세대의 소비문화를 분석한 결과 MZ 세대의 1인당 편의점 월평균 이용 건수는 5회로, 다른 세대 평균인 2.9회보다 편의점을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주요 운동 영역별 MZ세대의(1980년~2005년생) 이용액은 2019년 상반기 대비 온라인 PT가 373%, 테니스장 336%, 실내외 골프장 202%, 스포츠센터가 150% 증가했다. 

 

MZ세대는 편의점을 애용하는 실속파이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큰 금액도 과감하게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챙기는 것이 MZ세대에서 하나의 문화가 된 만큼 운동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며 "MZ세대는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높은 금액을 과감히 지불하는 성향도 한몫했다.

 

코로나19이후 ‘코로나 블루’를 겪은 사람들에겐 그동안 지치고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나의 즐거움을 쫒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젠 건강을 위해 맛있는 저칼로리 음식을 먹으며 기분 좋게 운동하는 헬시 플레저형 소비자들의 증가하며 브랜드도 이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갓생’ 사는 소비자의 욕구 만족시켜야

 

MZ세대의 취향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세분화되었다. 따라서 브랜드도 ‘나만의’ 정체성이 중요해져 브랜드는 누구나 좋아할 것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색을 확실히 저격해야 하는 마케팅을 시도해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 있는 MZ세대들을 대상으로 환경 활동을 내세우고 있다. 2022년 여름 휴가철에 해변 정화 봉사활동인 ‘비치코밍’ 캠페인을 제주도, 강원도 양양 등의 해수욕장에서 개최했다. 약 4일 동안 약 2천3백 명의 지원자가 비치코밍에 동참했으며, 수거한 쓰레기의 양은 1만 9천 리터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비치코밍 참여자의 85%가 MZ세대인 것으로 알려지며 어느 때보다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4일에는 ‘역사’를 테마로 경희궁 공원 일대에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에게 환경 보호와 더불어 한국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자 진행됐다. 이번 플로깅 행사에서는 수거한 쓰레기양에 따라 다양한 친환경 굿즈 제공, 외벽 현수막과 보냉 가방 등을 업사이클링해 제작한 파우치와 카드지갑도 증정됐다. 이 밖에도 플로깅 후 ‘#리얼스’, ‘#중궁지키궁’ 해시태그를 담아 SNS 인증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50명에게 롯데 모바일 상품권 2만 원권을 증정했다. 

 

또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월 20세부터 35세까지 젊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유료 멤버십 ‘와이 커뮤니티’ 출범, 지난 1월에 2기를 모집했다. 1기 회원들의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회원의 90%가 재가입을 희망했다. 이에 누적 회원 수는 2000명을 돌파했다. 

 

MZ세대의 소비 패턴에 맞춰 매월 두 장의 10% 금액 할인권, 무료 주차. 발렛 파킹 서비스, VIP바 무료 음료 등을 제공한다. 월 2회 구매 금액의 5%를 상품권으로 증정, 호텔 애프터눈티 세트 등 가입비 10만원에 준하는 프리미엄 웰컴 기프트 등 고급 혜택을 선사한다.

 

MZ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롯데백화점은 매출 실적으로 그 인기를 입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1분기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7.5% 오른 7960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좌교수이자 환경경영 전문가인 김현선은 “MZ세대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친환경적인 마케팅 전략을 적용해 MZ세대의 소비 행태를 유도해야 한다”며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MZ세대의 친환경 소비, 새로운 소비 패턴을 이끌다, 김현선, 2020년)

 

이제 모든 브랜드는 미래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어떻게 브랜드 가치에 MZ세대의 기호를 녹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환경 운동이 아닌, 하나의 놀이와 문화로서 진정성이 가미됐을 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로워는 ‘죽은 행성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말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기후위기와 사회문제들로 시장이 무너지면 그 누구도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무해한 소비생활을 지향하는 브랜드의 노력과 MZ 소비자들의 선택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맥앤지나=강연경 기자 magajina11@gmail.com]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