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 (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현상을 뜻하는 ‘뉴트로(newtro)’가 MZ세대를 중심으로 2022년을 강타했다.
단종되었거나 존재했더라도 별다른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던 아이템들이 뒤늦게 그 진가를 인정받아 화제로 떠오르면서 여러 업계에서 단종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뉴트로 문화에 걸맞게 리뉴얼해 내놓고 있는 것.
어떤 이에게는 호기심을, 어떤 이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며 다양한 연령층을 모두 사로잡은 2022년 대표 뉴트로 아이템을 소개한다.
1. 뉴진스의 등장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가 제작한 첫 걸 그룹 '뉴진스' (사진= 어도어 제공)
뉴진스는 그야말로 등장부터 센세이션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재직할 당시 SM 아이돌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낸 주인공으로, 콘셉트 장인이라 불렸던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가 제작한 첫 걸 그룹. 그 때문에 데뷔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긴 했지만, 이렇게 범국민적 반응이 올 거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1990년대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S.E.S.나 핑클 같은 1세대 걸 그룹 특유의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풍기며 데뷔한 뉴진스는 맹목적 청순, 걸 크러시에 지친 K-POP 팬들에게 단숨 에 뉴트로 열풍을 일으키며 한 줄기 단비처럼 다가왔다. 특히 타이틀곡 ‘Attention(어텐션)’은 1990년대 당시 크게 유행했던 뉴 잭 스윙 리듬과 하우스 비트를 과감하게 차용한 음악으로,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한 그루브와 이에 대비되는 멤버들의 풍성하고 청량한 화음이 어우러지며 리스너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데뷔 곡으로 음악 방송 5관왕을 이뤄낸 것은 물론 7월 데뷔 이후 미국 빌보드 차트에 12주 연속 차트 인을 기록하며 글로벌 인기를 구 가하고 있는 뉴진스. 다섯 소녀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음악 세계 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2. 인싸의 척도, 인생네컷
인생네컷의 인기에 프레임을 출시한 인기 보이 그룹 '세븐틴' (사진= 인생네컷 인스타그램)
2000년대, 친구들과 놀 때 무조건 들러야 했던 코스를 꼽자면 ‘스티커 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당시의 스티커 사진기는 얼 굴형은 무조건 갸름하게, 눈은 왕방울만 하게 나와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함께한 날을 특별한 사진으로 남길 수 있고, 무엇보다 사진기 앞에서 형형색색 가발을 쓰고 우스꽝 스러운 표정을 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게 너무 웃겨 결과물이 어찌 됐든 매우 만족하며 나오곤 했다.
세월이 지나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며 스티커 사진기들이 하나둘 사라져 아쉬웠는데 (주) 엘케이벤쳐스에서 연 포토 부스 ‘인생네컷’을 중심으로 무인 사진관 열풍이 재점화됐다. 과한 보정이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으 로 특별한 순간을 제대로 남길 수 있는 인생네컷. 그러나 그 옛날 스티커 사진기처럼 포토 부스마다 사진 테두리 이미지가 다르고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포즈를 취해야 하는 특유의 현장감은 여전해 스티커 사진을 찍던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같은 듯 다른 인생네컷과 스티커 사진, 사진의 결은 많이 다르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이 작은 조각이 다시 각광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3. 품절 대란, 공주세트
'공주세트'를 착용한 배우 한소희와 가수 태연 (사진= 왼쪽: 배우 한소희 인스타그램 / 오른쪽: '놀라운 토요일' 가수 태연)
‘공주세트 대란’의 포문을 연 건 배우 한소희였다. 누가 봐도 하이 브랜드의 고가 제품 같던 한소희의 목걸이와 귀걸이가 다이소의 1000원짜리 ‘프린세스 목걸이 세트’였다. 은빛 바탕에 진한 퍼플 컬러 보석이 박힌 그 완구 세트는 다이소가 몇 해 전 영·유아 장난감용으로 처음 선보인 제품이었다.
한소희 대란으로 한 차례 인기를 끌었던 공주세트는 이후 소녀시대 태연이 한 방송에서 하트 모양 귀걸이와 목걸이, 왕관 등 ‘핑크 액세서리 세트’를 선보 이며 인기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 발적 인기를 구가하며 없어서 못 사는 희귀템이 되어버린 것. 이어 김하늘, 송혜교, 설현 등 많은 톱스타가 연이어 다이소 공주세 트를 인증하며 2022년 SNS 인증샷 필수 아이템으로 사랑받았다.
블링블링한 아이템들이 선두에 서며 사랑받은 Y2K 열풍과 맥락을 같이하며 어린이 장난감을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사고 싶어 안달복달한 아이러니한 상황. 조금 뜬금없기는 했지만 공주 세트 대란으로 과거 소녀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했던 <세일러문> <웨딩피치> 같은 애니메이션의 진한 아날로그 감성을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어 참 반가웠다.
4. 띠부띠부씰 열풍의 원조, 포켓몬 빵
SPC삼립 '포켓몬 빵' 포스터 (사진= SPC삼립 제공 )
어릴 적 띠부띠부씰을 열심히 모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번 포켓몬 빵 열풍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피카츄’를 기 대하며 집어든 빵에서 ‘또가스’를 발견했을 때의 실망감이란. 이번 포켓몬 빵 재출시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한정된 용돈과 맞바꾼 작은 스티커 하나가 그 시절 어린 마음들을 설레게도 혹은 절망감에 휩싸이게도 하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2006년에 단종된 후 무려 16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 빵은 피카츄, 꼬부기, 파이리, 이상해 씨 등 오리지널 포켓몬 캐릭터에 대한 향수를 제대로 자극하며 없어서 못 파는 ‘포켓몬 빵 대란’을 일으켰다. 포켓몬 빵을 사기 위 해 새벽부터 가게 앞에 줄을 서는 것은 당연했고 어떤 사람들은 가게 납품 트럭을 따라다니며 빵을 쟁취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중고 물품을 파는 사이트에는 ‘포켓몬 스티커 시세’까지 떠돌며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포켓몬 2세대까지 스티 커가 출시되며 아직까지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포켓몬 빵. 곧 출시될 3세대 포켓몬 빵은 또 어떤 즐거움을 가져다줄지 기대가 된다.
5. 패션계 Y2K 열풍
Y2K 룩을 선보인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 (사진= 제니 인스타그램)
Y2K 태그로 484만 건의 관련 게시물이 검색되고 있는 자료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치골이 보일 정도로 짤막한 로 라이즈 하의,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카고 팬츠, 배꼽을 다 드러내다 못해 가슴보다 짧아진 크롭 톱 등 2000년대를 휘몰아쳤던 일명 ‘세기말’ 룩이 2022년 젠지 (Gen-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를 제대로 경험 해보지 못했을 10대들까지 Y2K 룩의 매력에 푹 빠져 절대적 지 지를 보내고 있는 것. 한때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브리트니 스 피어스, 패리스 힐튼 같은 옛 언니들이 선도했던 Y2K 룩은 2022 년 현재 인기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에서 484만 건의 관련 게시물이 검색될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미우미우를 비롯해 블루마린, 돌체앤가바나, 이자벨마랑 등 하이 브랜드의 Y2K 룩 사랑은 최근 발표된 2023 S/S 컬렉션까지 이어지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는 상황.
블랙핑크 제니와 선미, 현아 등의 핫한 여자 가수들은 거의 Y2K 룩과 한 몸으로 보일 정도로 2000년대 무드를 자신들만의 것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주저하 지 않는다. 과감한 실루엣에 지레 겁먹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대세 룩이 된 Y2K 룩에 탑승해보길 바란다.
[맥앤지나=송지은 기자 magajina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