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발매곡도 아니고 음원차트 1위 곡도 아니다. 무료한 일상에 몰입감을 선사하는 앨범과 곡을 모아 추천한다.
1. 과거로 질주하는 청춘들, 자우림
자우림 정규9집 앨범 커버. (사진= 'JAURIM' 공식 사이트 제공)
좋은 노래는 듣는 사람의 눈을 바꾼다. 평소와 같은 풍경이 다르게 보인다. 시야에 필터가 끼워진 것처럼 앨범 속 세계관에 이입하게 된다. 자우림의 (이하 <굿바이, 그리프>)도 그랬다. 첫 수록곡 ‘Anna’를 재생하자마자 그만 압도당하고 만다.
단순히 보컬 김윤아의 호소력 때문은 아니다. 하나의 노래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무엇 무엇이 있을까? 기타, 베이스, 보컬, 효과음, 가사 등 손에 꼽을 수 없이 많다. 그 모든 요소가 하나의 방향으로 질주할 때 우리는 청각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굿바이, 그리프> 앨범은 노래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그때의 청춘’으로 질주한다. 스무 살을 거치지 않고 마흔 살이 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그때의 청춘’을 가지고 있다.
김윤아의 목소리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때 그 시절을 정확히 관통한다. 그리고 여섯 번째 수록곡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절정을 이룬다. 얼마 전 종영한 동명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인 이 노래는 김윤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그를 뒷받침하는 사운드, 그리고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 영원할 줄 알았던 / 스물다섯 스물하나” 같은 가사가 완벽하게 딱 맞아떨어진다.
청춘은 슬프다든지, 청춘은 아름답다든지 하는 의미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저 청춘 그 자체를 노래할 뿐이다. 이 앨범의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쭉 듣고 나면, 얼마 동안은 청춘의 눈을 가지게 된다.
2. 장르 밖의 사나이, 재달
재달 정규1집 앨범 커버. (사진= 재달 인스타그램)
힙합인지 록인지 일렉트로닉인지 구분하는 게 무의미한 재달(Jaedal)의 앨범은 단순히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단지 음악적 좋음을 위해 여러 장르를 차용한 게 아니다.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가 있다. 그건 이 앨범의 전체 콘셉트와도 일맥상통한다. 바로 이것저것, 뒤죽박죽, 엉망진창의 상태가 아티스트 재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꽃과 빌딩과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더 많은 무언가가 그려져 있는 의 커버만 봐도 이 앨범 안에 얼마나 많은 복합적인 영감이 공존하는지 알 수 있다. 기타 사운드와 스크래치, 신시사이저와 하모니카 등 안 어울릴 것 같은 여러 가지 사운드를 조합해 다른 누구도 아닌 재달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장르의 불분명함 말고도 더 좋았던 부분이 있는데 다름 아닌 ‘빙글빙글 2’의 가사이다. “왜 난 이리 서투른 걸까 / 액셀과 브레이크 위치가 바뀐 거 같아 / 엄마한테 아직 묻고 싶은 게 넘쳐 / 아빠 없인 중고차를 고를 수 없어”처럼 일상적인 비유와 구체적인 내러티브로 쓰인 가사다.
이 앨범을 듣다 보면 가감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재달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마침내는 알 수 없는 친근감까지 생겨난다. 한동안은 만나는 사람마다 재달의 노래를 추천했던 것 같다. 그리고 휴대폰을 켜서 재달 노래만 들었던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재달이 내 옆에 있었던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이것저것,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 재달이라는 아티스트가 궁금하다면 꼭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3. 앨리스 미니앨범 수록곡 '내 안의 우주'
앨리스 미니앨범 커버. (사진= 아이오케이 컴퍼니 제공)
2년이 넘는 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앨리스의 디지털 싱글 ‘내 안의 우주’는 걸 그룹에서는 보기 드문 발라드곡이다.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이끄는 곡의 전반부를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멤버들의 보컬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팬을 향한 앨리스의 마음도 오롯이 전해진다.
4. 스월비 정규1집 곡 'Alibi'
스월비 정규1집 앨범 커버. (사진= 스월비 인스타그램)
래퍼 스월비의 ‘Alibi’는 도입부부터 사람들을 압도시킨다. 거기에 섬뜩한 스토리텔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차 문 닫는 소리, 빗소리 등 노래 속 상황을 구체화시키는 효과음까지 더해져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5. 비비 싱글 곡 'The Weekend'
비비 싱글 'The Weekend' 앨범 커버. (사진= 비비 인스타그램)
비비가 미국 음반사인 88rising과 발표한 싱글 'The Weekend'는 (당연하게도!) 매력적인 비비의 음색과 더불어 중독성 있는 훅까지 완벽하게 사람들을 사로잡은 곡이다. 특히 밤에 이 노래를 틀어놓고 드라이브를 하면 도시 속의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센치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