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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5월, 당신을 기다리는 전시
  • 이기환 기자
  • 등록 2023-01-25 12:39:37
  • 수정 2024-01-29 14: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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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뜻한 5월, 관람 가능한 전시를 모아 추천한다.

수많은 전시 중 뭘 봐야 할까? 무작정 봐도 실패하지 않을 전시를 기자가 직접 골랐다.

 


 

Susumu Kamijo Far Away Eyes,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160×132cm l 63×52in.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사진= 페로탕 서울 제공) 

 

1. 페로탕 서울  <</strong>스스무 카미조: ALONEWITH EVERYBODY>

 

푸들, 하고 중얼거려본다. 푸들. 푸들. 계속해서 단어를 뱉는다. 푸들. 푸들. 푸들. 푸들의 반복. 계속해서, 계속해서 푸들이라고 말하면 결국엔 무엇이 남나? 단어의 발음은 계속되는데 의미는 상실된다. 내가 뱉는 푸들이 어쩐지 푸들이 아니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페로탕 서울에서 열리는 스스무 카미조의 개인전 에서 방금 말한 푸들의 상실을 만날 수 있다. 그가 그려내는 푸들은, 분명 푸들이 맞지만 어쩐지 푸들이 아닌 것 같다. 동시에 나를 떠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해체되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은 묘하고도 감각적인 경험을 일깨워준다. 아름다운 색감과 매력적인 구도 가운데에 있는 푸들의 눈은 선명하고 역동적이다. 그 강렬한 형상이 나를 매혹적으로 이끈다. 어느새 나는 스스무 카미조가 제시하는 새로운 세계로 입장하게 된다. 

 

스스무 카미조가 사용하는, 빠르게 마르는 속건성 비닐페인트는 모든 그림에서 그가 말하는 “신속한 결정”을 하게 한다. 대상을 실감 나게 포착하는 한편 가장 직관적인 형태를 제시하기 위해 빠르게 그림을 그리는 기술은 작가가 젊은 시절 일본 서예를 배운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또한 창작 글쓰기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시의 미니멀리즘과 단편소설의 놀라움을 모방한 서사적 스타일을 그의 그림에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동양과 서양, 시와 소설, 드로잉과 페인팅 등 여러 가지 기법을 결합하여 우리의 해석에 충격을 주고, 자극하며, 변형시키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스스무 카미조 개인전 는 그의 첫 페로탕 전시이자 최초의 내한 전시다.

 

 

포스터 사진: 안상미(하퍼스 바자 코리아 2021년 8월, 에디터 이진선, 모델 이혜승, 스타일링 김선영·김지수, 헤어 조미연, 메이크업 정수연, 플로리스트 김슬기, 의상 선우(SUNWOO)) (사진= 일민 미술관 제공)

 

2. 일민미술관 1, 2, 3 전시실 및 프로젝트 룸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

 

일민미술관은 4월 8일부터 6월 26일까지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이하 <언커머셜>)를 연다. 

 

<언커머셜>은 급격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동시대 한국에서 상업사진이 성취한 스타일을 조명하고 그 변화의 과정을 되돌아본다. 이 전시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왜 하필 1984년일까?’였다. 1984년은 애플의 매킨토시가 광고 제작 공정을 전산화하고, 《월간 멋》이 글로벌한 패션 무드를 서울에 소개한 때다. 또 최초의 유학 세대 작가들이 귀국해 상업사진의 개념과 동향을 바꾸어놓았으며, 1990 ~2000년대 상업사진 전성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드는 의문. ‘상업’사진은 뭘까? 수요와 공급에 의한, 불특정 다수인 소비자에 의해 즉각적 평판을 획득하고, 예술사진과 달리 사진 본연의 실용적 특질과 함께 역할을 확장해왔다는 것.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상업’사진을 전부 이해하기 어렵다. <언커머셜>은 이러한 흐름을 이끈 사진가들을 통해 한국 상업사진의 고유한 의의를 탐색하고 오늘날 ‘상업’사진의 의미를 새롭게 관측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상업사진의 변화 과정을 시대순으로 좇으며 《보그》 《에스콰이어》 《데이즈드》 《GQ》 《엘르》 등의 다양한 매체와 나이키, 아디다스, 휠라, thisisneverthat, 입생로랑, 디올 등의 패션 브랜드, <괴물> <친절한 금자씨> <거인> <박쥐> <암살> 등의 영화 포스터 및 다양한 광고까지 촬영한 사진가 29명의 작업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Let's dance and talk, Acrylic on canvas, 91×116.8cm, 2021 ©KIM (사진= I 알부스 갤러리 제공)

 

3. 알부스 갤러리 <그린, 댄스, 러브>  

 

가끔은 일러스트 전시가 생각날 때가 있다. 강렬한 추상과 감각적인 이미지가 가득한 전시보다 부드럽고 자유로운 일러스트를 보며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알부스 갤러리로 가보길. 

 

국내 최초의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갤러리인 알부스 갤러리에서 5월 29일까지 키미 작가의 <그린, 댄스, 러브> 개인전을 선보인다. 키미 작가는 ‘키미앤일이 KIMIAND12’라는 예명으로 부부가 함께 부산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림을 그리는 ‘김희은’, 글을 쓰는 ‘김대일’을 조합해 지은 이름이다. 환경보호와 비건을 지향하는 삶에 관심을 두고 변화된 생활 방식과 사유를 확립해가며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시선과 경험을 공유한다. 

 

그래서인지 키미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자연의 이미지가 저절로 연상되는데, 특징적인 점은 식물이나 과일 같은 소재들에 리듬감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푸릇푸릇한 색감과 더불어 드러나는 리듬감은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이번 전시와 함께 일상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랑에 관한 그림책 《LOVE》와 원화 작품들도 새롭게 소개한다. 그 외에 규모 있는 캔버스 작품들과 드로잉 및 영상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맥앤지나=송지은 기자 magajina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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