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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삐딱하게 그렇지만 따듯한 시선으로, 변론가형 배우 권다함
  • 정효신 기자
  • 등록 2024-03-18 00:27:13
  • 수정 2024-03-18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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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라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순 우리말 이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채우는 배우 권다함을 만났다. 잠시 이름의 의미를 잊고 '일이 망하면 인생이 망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살던 그는 노래방에서 김연우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  부활의 '회상3'를 즐겨 부르고 일본어와 우쿨렐레를 배우고, 오토바이와 카페에서 독서를 하는 등 소소한 일상의 맛을 깨달은 것.  최근 <60일, 지정생존자> <살인자ㅇ난감> 등 작품으로 대중과 가까이 만나며 변화된 심경을 밝힌다.



-맥앤지나와 오늘 촬영 소감은요? 

 영화 전문 매체에서 화보를 찍어본 적은 있지만 패션지와 화보 촬영은 첫 경험이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평소에는 무채색의 후드나 맨투맨을 주로 입거든요. 오늘 입은 착장 모두 저의 평소 스타일과는 멀어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걸이를 해봤을 정도니 말 다 했죠. 

 화보 찍기 전에 몰랐는데 제가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가봐요. 신경을 쓰면 트러블도 생기고 예민한 상태로 대본이나 시안을 보고 있곤 하거든요. 해결이 안돼도 부여잡고 있는데 막상 현장에 오니 최대한 아무생각 없이 재밌게 하려고 했어요.  참고로 제 MBTI는 ENTP입니다.


-식상한 질문일 수 있지만 언제부터 배우의 꿈을 키웠나요?

 중학교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뮤지컬 학원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했어요. 뮤지컬 공연을 보고 배우들이 무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멋져서 영상보다는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 

 

-뮤지컬 배우로의 꿈은 잠시 보류해 놓은 건가요?

 연극영화과로 대학 진학 후에도 공연 위주로 일을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선배, 동기들과 '햄스터'라는 창작극을 대학로 무대에 올리기도 했고요. 문득 '이 시절의 나를 남겨놓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영상 연기쪽으로도 갈망하던 차에 단편 독립영화를 촬영할 기회가 생겼어요. 영화와 공연를 병행하기는 스캐줄상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지금은 영상에 집중하고 있고요. 그렇게 지금까지 온 거에요. 노래로 표현하는게 재밌어서 뮤지컬을 특기로 했지만 아무래도 노래보다는 대사 연기를 하는 게 표현하기 자유롭더라고요. 


-2012년 데뷔 이후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2021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기도 했죠. 치열한 분야에서 10년만에 능력을 인정받은 건데,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한창 독립영화에 파묻혀 있을 땐 최종 꿈이 단편영화뿐 아니라 100분짜리 영화의 주연이 되는 것이었어요.

 영화 내용 자체가 가난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당시 20대 중반의 제가 느꼈던 서러움과 불안함을 모두 쏟아 부었죠.  20대 초반부터 배우 생활을 하면서 짬나면 지게차 운전, 배달, 대리운전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거든요. 촬영을 하면서 그 시절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이 이미 해소됐다고 느꼈는데 상까지 받고 나니 누군가 머릿 속에 들어와 정리를 해준 것처럼 치유된 기분이 들었어요. 그때를 시작점으로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고마운 작품이죠.



-대중적으로 인지도와 얼굴을 알린 데는 아무래도 넷플릭스 시리즈 와 <살인자ㅇ난감>의 영향이 컸을 것 같아요. 최근 한국 영화계와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견해를 밝혀줄 수 있을까요?

경향을 얘기할 정도로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이 많아지는 건 언제나 좋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듯 작품 수가 많아지는 만큼 완성도 측면에서 밀도가 줄어들 확율도 있죠. 또 항상 새로운 작품이 나오다 보니 조금 더 자극적이어지는 면도 있는 것 같지만요. 아직 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여기까지만 이야기할게요. 현재로서는 그저 제가 맡은 역할을 최대한 사람처럼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 열연을 펼쳤죠. 권다함 배우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인가요?

 독립영화에서는 상처와 아픔이 있고 어딘가 모나있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데 주안점을 뒀어요. 그게 사람이 가진 본 모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둥글고 행복하게만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대중적 작품을 하면서 누구나 좋아할 만한 둥글둥글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재밌게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용재 역할도 마찬가지에요. 주인공의 후배 형사로 마냥 시키는 일 열심히하기 보다 인정욕구를 못숨기고 오바 액션으로 골치 아픈 일도 만들지만 인간적이게 해석하려고 했어요. 감독님도 시나리오상 아무것도 없는 인물인데 편집하면서 이해가 되서 좋다고 말씀해 주셨고 그 부분을 잘 살려주셨어요.


-이번 작업에서 손석구ㆍ이희준ㆍ최우식 등 배우들과의 케미는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손석구 선배와 마주하는 씬이 많다보니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주셨어요. 를 함께하며 팬이었지만 만나는 장면은 없었는데 이번 촬영 때 기억해 주셔서 영광이었어요. 손석구 선배의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해서 거의 '손석구바라기'였어요.

이희준, 최우식 두 배우님은 처음 만났는데 주연 배우분들 모두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서 관찰하는 재미가 좋았어요.  



- 평소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요?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해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근교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사색하곤 해요.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을 하지 않는 대부분 시간이 휴식기잖아요. 예전에는 작품을 하지 않는 기간을 빈 시간이라고 여겨 외롭고 불안한 마음이 컸어요. 그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요. 그런데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다고 생각할 수 도 있더라고요. 

 3월 말에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는데 이제는 마냥 일을 기다리기 보다 배우는 데 취미를 들이고 있어요. 요즘은 일본어와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어요. 



EDITOR_JUNG HYOSHIN

PHOTOGRAPHER_JANG BONGYOUNG

STYLIST_WOO RIJUING, JANG JIYOUN

HAIR & MAKEUP_ SOPHIA, JINJU by JENNYHOUSE


[맥앤지나=정효신 기자 magajina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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