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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C딩동, 위대한 쇼맨이 묵묵히 써내려가는 역전 쇼
  • 정효신 기자
  • 등록 2024-04-04 08:03:39
  • 수정 2024-04-04 1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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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맥앤지나와의 촬영 소감은요?

 오늘은 저에게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맥앤지나와의 화보 일정이 잡히고 사진 작가님 성함을 듣자마자 설렜어요. 6~7년 전 제 생의 첫 화보를 찍어준 분이거든요. 당시 작가님이 저 바로 직전에 배우 이준기 씨와 작업을 하셨대요. 그러고 나서 다음 달에 제가 이준기 씨의 팬 미팅 MC를 보기 시작해서 5년간 함께 했거든요. 좋은 기운을 받았다고 전해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이번 촬영 전에 작가님이 배우 김동준 씨와 작업을 하셨다면서요? 저 다음 달에 동준 씨 팬 미팅 MC를 보거든요. 작가님과 저는 뭔가 있다니까요. (하하)


-사전 MC계의 유재석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사전 MC라는 게 뭔가요?

 유재석 선배님에 비유되는 건 말도 안 되고요. 사실 ‘사전 MC’라는 용어를 제가 처음 만들어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기존에는 ‘바람잡이’ 정도로 불렸어요. 공개방송 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인데 개그콘서트 같은 개그 프로그램의 경우 개그맨들이 직접 진행하고, 보통은 프로그램의 진행팀이 맡아서 조연출 중 막내가 하거든요. 

 지금까지 제가 오프라인에서 만난 방청객만 1880만 명이에요. 요즘 1000만 배우라는 말이 있는데 저도 감히 1880만 MC라고 할 수 있죠.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발성으로 한 곳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주 5일 공개방송이 있는 프로그램 녹화일마다 정기적으로 일을 하면 일반 직업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라고요. 제가 먼저 시작하고 제자들이 활동하면서 이 일을 직업화하고, 사전 MC라는 명칭도 만들어진 거죠. 

 사전 MC라는 걸 정의해 보면 방청객과 방송 관계자 중간에서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스타들을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우렁각시 같은 역할이에요. 한 마디로 방청객은 알 수 있고 시청자는 모르는 방청과 시청의 차이를 결정하는 존재이기도 하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 프로그램 촬영에서 가수 신승훈 형님이 쓰러지신 적이 있어요. 방송 녹화 시간이 4시간인데 제가 혼자 3시간 반을 떠들었죠. 이후에 승훈 형님이 찾아와 고마움을 표현하고 이후에 팬 미팅에 사회를 맡겨주셨어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프로그램에서는 한 방청객이 노란 머리에 표정도 좋고 유난히 눈에 띄는 소녀가 있었는데 본인을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하며 언젠가 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어요. 그 소녀가 딱 1년 뒤 ‘신현희와 김루트’의 현희 씨에요. 누군가의 시작을 무대에 설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뿌듯했죠. 


-한 분야에서 일인자의 자리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저는 단 한 번도 제 얘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날 오시는 분들은 저를 보러 온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시설에서, 가장 비싼 마이크를 들고 내 역량껏 이야기만 하면 되니까 신나요. 어제도 SNL 촬영을 하고 왔는데 방청 경쟁률이 1만 대1이에요. 그러니 얼마나 반응이 좋겠어요. 이런 열렬한 방청객들 앞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죠. 



-대표적인 애견 연예인이자 국내 1호 개크레이션 MC이기도 해요. 멍페리뇽 사내이사이기도 하고요. 어떤 활동인지 부가적인 설명 부탁해요.

 제가 H.O.T부터 제로베이스원까지 아이돌 팬 미팅을 해오고 있는데 어느날 멤버들 옆에 선 제 모습이 MC처럼 안보이고 소속사 임원처럼 보이는 거예요. 다른 세계를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제가 키우는 장애견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한 활동들이에요.

 저희 아이가 포메라니안인데 다리가 3개만 있어요. 수술도 많이 해서 산책도 하지 못하고 사회성이 없어서 다른 강아지들과 놀지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끼리 친해지게 만들려고 제가 먼저 견주들을 재밌게 해줬어요. 견주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게 제 지론이거든요. 강형욱 선생님처럼 전문적인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사람과 호흡하는 법을 아니 ‘견(犬)로잔치’ ‘개 동안선발대회’ ‘개 생파’ 같은 행사를 하기도 하고요. 

 또 다른 애견 사업은 ‘더 이상 미안해 하지 말자’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여행 다녀올게, 미안해. 먹지 마, 미안해’가 아니라 함께 여행을 가고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자는 거죠. ‘개롤라잇’ ‘개스트하우스’ 같은 즐길 거리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몽페리뇽은 아이 생일날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도록 강아지 모질에 좋은 황태로 만든 주스예요. 


-정말 에너제틱함이 느껴져요. MC딩동 님도 공허함이나 쓸쓸함 같은 감정을 느끼나요? 느낀다면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해요.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무음이에요. 제가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생생정보’, ‘생활의 달인’이고요. 10년 넘게 매일 가던 곳에 항상 스타들이 있고, 제 자리가 있었는데 당연한 게 아니더라고요. 

 최근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며 더 느껴요. 대중을 상대로 저만큼의 인지도라도 있다면 솔선수범이 아니라 솔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되새겼죠. 사실 저라고 왜 그들처럼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겠어요. 그렇지만 모든 일은 다 때가 있고 길이 있다고 믿어요. 저도 조금 더 성숙해졌고, 방향만 맞다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딩동해피컴퍼니를 설립해 후배 육성의 꿈을 실현하고 계시죠? 

 맞아요. 제 오랜 꿈이었던 제자 양성은 4기까지 배출했고 지금 5기를 준비 중이에요. 제 주위에 좋은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그동안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느랴 몰랐어요. 속도가 조금 느려졌지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겨서 다양한 분들과 협업하다 보니 공연 기획, MC 아카데미, 광고 섭외 등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영역이 확장됐어요. 딩동해피컴퍼니의 컴퍼니는 사실 ‘COME FUNNY’였어요. 이제는 컴퍼니로 개명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집에서는 어떤 가장인지 궁금해요. 

 쌍둥이 아들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100점짜리 아빠는 아니지만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아빠인 건 확실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하도 빨리 크니까 못 보고 지나간 모습이 너무 많아요. 행사 갔다 오면 또 커진 게 아쉬워서 아이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도 잡았을 정도라니까요. 지난 겨울방학 때 쌍둥이 아들들을 데리고 남자들끼리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했어요. 같이 오름으로 해돋이도 보러 가고 추억을 쌓았죠. 아이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돈을 밝히지 말고 돈에 밝은 아이들이 됐으면 하는 거예요. 

 아내에게는 늘 고마워요. 23살 어린 나이에 저를 만났어요. 100일 기념일에 티머니 카드를 선물로 받고 울 정도로 순수한 사람이었죠. 저희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장인어른은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어요. 쌍둥이 아들을 키우다 보니 아내 목소리 음정이 레에서 파 샵으로 바뀌었어요. 


-인간적으로도 의리파라는 평이 자자해요. 평소 인간관계에서 개인적인 신념이 있다면?

 어떤 사람들은 인맥을 금맥이라고도 하고, 또 혹자는 인맥을 수맥이라고도 해요. 나도 누군가에게는 금이 될 수도 물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나를 인정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하려 노력해요. 그렇다고 인맥 관리, 인간관계를 위해 따로 노력을 해본 적은 없고, 술자리에서 아무리 취해도 다음날 안부 연락을 묻는 예의, 기본적인 것에 충실히 하려고 해요. 

 제가 존경하는 신동엽 형님을 처음 뵌 날, 신나는 마음에 ‘제가 열심히 살아서 꼭 도움 되는 동생이 될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당시에도 톱스타였던 형님이 저에게 ‘고맙다. 너 도움 안 받게 형이 더 잘될게’라고 답장을 보내줬어요. 어느 토요일 형님이 SNL 녹화 현장에 놀러 오라고 해서 갔다가 감독님께 저에 대해 대본 없이 3시간 말할 수 있는 친구라고 소개해 주셔서 10년 가까이 SNL에 함께 하고 있어요. 

 제 결혼식 사회를 봐준 김용만 형님은 결혼식 당일 저에게 ‘나중에 등촌동 가면 스태프들에게 잘해’라고 하길래 알고 봤더니 절 위해 스태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녹화를 2시간이나 일찍 끝내고 오신 거였어요. 저도 멋진 형님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올해 목표와 중장기적인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선배님 같은 MC도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도 MC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강남 호텔예식계의 유재석’, ‘돌잔치계의 유재석’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1등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그 길을 탄탄하게 다지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들만의 레드카펫도 깔아보려고요. 방송국에서 연예 대상을 하듯 MC어워즈를 만드는 거죠. 



Editor - Jung Hyoshin

Photographer - Jang Bongyoung

Hair & Makeup - Jeremy & Jisoo by TM_BLOOM


[맥앤지나=정효신 기자 magajina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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