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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김강우가 말하는 '진짜 연기' 그 기본에 대하여
  • 강연경 기자
  • 등록 2024-02-14 17:08:21
  • 수정 2024-02-14 17: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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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하지만 어딘가 강렬하다. 퇴폐적이면서도 아련하다. 마치 원하는 향을 배합하여 탄생한 향수처럼 깊고 진한 연기를 선사하는 배우 김강우가 말하는 ‘진짜 연기’, 그 기본에 대하여. 


슈트 셋업 머스트고온. 반지 아프로즈x아몬즈.

오랜만에 진행한 화보 촬영 어땠나요?

그동안 화보 촬영 현장이 무척이나 그리웠어요. 특히 오늘은 전체적인 조명과 무드가 처음 해 본 콘셉트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무려 20회를 방영한 <공작도시>가 2월에 마무리되었는데 이후 근황이 궁금해요. 

요즘은 드라마가 선 촬영 후 방영되는 시스템인 데다 <공작도시>는 20회다 보니 8개월 정도 촬영을 했어요. 드라마 촬영을 이렇게 길게 했던 건 처음이에요. 그런데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할 즈음 영화 일정이 잡혀 있어서 바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공작도시>에서 열등감과 욕망을 가진 캐릭터, 정준혁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따뜻하면서도 냉혈한 인물을 표현해야 하기에 촬영 전에 섬세하게 준비했을 것 같아요.

굉장히 보기 힘든 캐릭터이긴 해요. 남들이 볼 땐 압박감에 눌려 살 것 같은데, 준혁은 나름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려고 함과 동시에 엄청난 욕망을 가졌어요. 극 중 직업이 앵커에서 정치인으로 바뀌면서 대중 앞에 섰을 때 모습과 개인 시간에서의 모습에 차별점을 두는 것에 집중했어요. 아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가정적인 아빠이지만 부인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이중성을 계속 머릿속으로 상상했어요. 사실 촬영 기간이 길다 보니 제가 ‘준혁’에게 꽤 깊이 빠져 있었어요. 


이중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캐릭터라 촬영 전 부담감도 있었나요?

연기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을 앞서 걱정했어요. 너무 악한 캐릭터라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했죠.(웃음) 불륜 및 각종 악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뻔뻔함 그 자체였기에 시청자분들에게 질타를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방영 후 반응은 제 생각을 빗나갔어요. 능력 있는 재벌 집 아들이 욕망 있는 정치인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아요. 


<공작도시>는 본인에게 어떤 작품이었나요? 

글쎄요. 저는 제가 출연한 모든 작품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마치 성인물을 작업한 기분이에요. 제가 극 중에서 아버지 역할도 처음 해봤고, 전체적인 내용과 캐릭터들이 자극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겨 낯설지만 애틋한 그런 작품으로 기억돼요. 


출연한 작품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출연한 작품에 애정이 없다는 건 아니고, 작품에 굳이 어떤 의미를 둔다는 것은 마치 저를 옥죄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해왔고 앞으로도 수많은 작품을 통해 선보일 연기와 캐릭터가 많을 텐데 한 작품에 큰 의미를 둔다면 저 스스로 많이 지칠 것 같아요. 모든 순간과 과정이 물 흐르듯이 넘어가야 제가 원하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무엇인가를 더 잘하려고 애쓰면 안 되는 것처럼 편한 마음으로 지금 내가 해낼 수 있는 연기를 하려고 해요. 


슈트 셋업 포르멘테라. 셔츠 소신. 팔찌 노미네이션. 검지 링 마마카사르. 소지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개봉시킨 배우’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게 되었어요. <새해전야> <내일의 기억> <귀문> 등 지난해에만 무려 3편의 영화가 개봉했는데 연이어 영화 촬영을 하고 있죠. 

액션 누아르 <슬픈 열대>에서는 강렬하고 센 악역을 맡았어요. 그리고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를 다룬 영화 <탄생>에는 특별 출연이라 제 비중은 높지 않지만 신선한 에피소드로 가득한 영화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매년 2~3개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다양한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려면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것 같아요. 

어찌 됐든 제가 살아가면서 쌓이는 경험과 데이터로 연기를 해야 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요. 물론 매 장면마다 집중은 하지만 마음은 편하게 먹으려고 해요. 제가 편하게 연기해야 보시는 분들도 부담감이 없을 거예요. 마음가짐은 열심히 하려는 자세로 임하지만, 그 욕망을 표출하는 순간 썩 좋지 않은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골프도 힘을 빼고 쳐야 잘 쳐지고, 그림도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처럼 연기도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작품 활동을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쉴 때는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운동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지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이런 일상이 많이 무너져 최근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집에서는 주로 책과 영화를 보는 편이에요.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배우로서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까요? 

누구나 다 철학이 있겠지만 저는 배우로서 철학을 갖지 않는 게 연기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기준이나 철학이 생기면 그 하나의 신념에 빠져들기 쉽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혹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저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좋아하는 게 달라지기 때문에 딱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당황스러워요. 앞으로 제가 어떤 역할을 만나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모르는데 제가 섣불리 하나의 신념에 갇혀버리게 되면 연기에도 그만큼 제약이 걸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딱 하나에 고정되거나 얽매이는 것을 저도 모르게 배제해버리는 순간이 많죠. 


그렇다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나 역할도 따로 정해두지 않았겠네요?

아… 요즘은 멜로는 해보고 싶더라고요.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멜로 연기가 조금 한정적이긴 해서 아쉽지만 로맨틱한 멜로 장르에 끌려요. 


남다른 팬 사랑도 유명하죠.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팬을 추모했는데, 그만큼 의미가 큰 팬이었나 봐요. 평소 팬은 어떤 존재인가요? 

제가 아이돌처럼 수많은 팬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긴 세월을 함께한 소중한 분들이에요. 제 인생을 같이 살아가며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호흡하는, 제가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이 왔을 때 경각심을 주고 저를 바로잡아주는 존재예요. 특히 세상을 떠난 그 팬은 저희 어머니보다 연세가 많으신데 데뷔 때부터 응원해 주신 분이에요. 아직도 가슴이 굉장히 아프지만, 팬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활동하려고 해요. 


세월이 지나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인생을 살다가 힘든 시기가 오면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힘을 얻는 등 저마다 위로받는 존재가 있을 거예요. 저는 배우도 충분히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겠지만 저를 통해 어느 누군가는 상처받고 슬픈 마음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배우에게 계획은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하는 거죠. 하지만 제가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무조건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아니니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셔츠 노이어. 팬츠 프롬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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